
금자: (밧줄을 당기며 혼잣말) "오늘 시세가 1kg에 30원이라... 허리 좀 더 굽혀야 약값 나오겠네. 으라차차!"

정우: (자전거 타고 출근하다 멈춤) "어르신! 벌써 한 차 가득 채우셨네요? 무리하지 마시라니까요."
금자: "놀면 뭐혀. 내 힘 닿는 데까진 벌어야지. 그래야 나라에서 주는 돈도 덜 미안하지."
정우: "미안해하실 게 뭐 있어요. 정당한 권리인데요. 아, 이번에 난방비 바우처 신청 기간이에요. 잊지 마시고 꼭 오세요."
금자: "고마워. 김 선생 덕분에 올겨울은 냉골 신세 면하겠네. 내가 나중에 박스 좋은 놈으로 하나 빼줄게(?)."
정우: (웃으며) "마음만 받을게요! 조심히 다녀오세요!"
(금자는 힘차게 리어카를 끌고, 정우는 그 뒷모습을 보며 짠하면서도 존경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하늘: (통화 중) "네, 고객님. 문 앞에 두었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전화를 끊고 한숨 돌리며 딸 사진을 본다)
하늘: "휴... 아빠가 오늘도 열심히 달렸다. 이거 나라에서 주는 거 아니었으면 우리 공주 기저귀 값도 못 맞출 뻔했네."
(햇살촌 통장인 지영이 마트 장바구니를 힘겹게 들고 오다 강하늘을 바라 본다.)
지영: (남편에게 전화 중) "여보, 이번 달 학원비 또 올랐대. 당신 야근 수당 들어오면 바로 입금해야 해... 어? 어, 끊어."
하늘: (지영을 보고 밝게) "통장님! 장 봐오시나 봐요? 무거우실 텐데 들어드릴까요?"
지영: (하늘의 지원 물품 상자를 힐끗 보며 까칠하게) "됐어요. 하늘 씨는 좋겠네. 우린 허리띠 졸라매도 빠듯한데, 나라에서 애 키워준다고 저런 것도 척척 보내주고."
하늘: (멋쩍게 웃으며) "아... 제가 부족해서 도움받는 거죠. 더 열심히 벌어서 얼른 졸업해야죠."
지영: "열심히야 우리 남편도 하죠. 기준이 뭔지 참..."
(지영이 휑하니 들어간다)
(하늘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상자를 고쳐 안는다.)
하늘: "더 달려야지, 강하늘. 힘내자."

칠성: (문 벌컥 열고) "아니, 심 씨 할매! 그거 내가 씻어서 화분 하려고 놔둔 거야. 왜 자꾸 가져가?"
금자: "아이고, 3일째 그대로 있길래 버린 줄 알았지. 다은이가 학교 과제 쓴다길래..."
칠성: "과제고 뭐고 도로 놔둬요! 나 참... 할매는 꼬박꼬박 수급비 나오지, 의료비 공짜지. 나는 이 낡은 집 한 채 있다고 건강보험료 폭탄에, 지원금은 10원도 못 받아! 하루 종일 다림질해서 약값 내기도 벅찬데!"
금자: (세제 통을 내려놓으며 정색) "이보게 칠성 동생. 나도 이 나이 먹고 폐지 줍는 게 취미라서 하는 줄 아나? 자네 힘든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내 삶이 공짜는 아니야."
칠성: "누가 몰라? 근데 왜 나만 사각지대냐고! 억울해서 그래, 억울해서!"

칠성: "내가 게을러? 젊을 때부터 세탁소 문 안 닫고 일했어. 근데 늙으니까 남는 건 팔리지도 않는 집이랑 골병뿐이야. 차라리 집이 없으면 지원이라도 받지."
정우: (진지하게) "아버님 말씀 맞아요. 사실 아버님 같은 분들이 제일 힘들죠. 재산 기준이 현실을 못 따라가는 부분이 있어서..."
미소: (칠성에게 갓 무친 나물을 건네며) "사장님, 정우 총각한테 화풀이하지 마요. 이 총각도 위에서 정한 법 때문에 속 터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래. 자, 이거라도 드셔. 사장님 열심히 산 거 동네 사람들이 다 알지."
칠성: (울컥) "미소 씨 말이 맞아서 더 슬픈 거야. 열심히 살았는데 왜 이 모양이냐고..."

하늘: "다은아, 늦었는데 안 들어가? 공부 열심히 하네."
다은: "아저씨... 저 미술 학원 가고 싶은데, 이번 달에도 수강료 지원 바우처 떨어졌대요. 대기자가 너무 많아서."
하늘: "아... 진짜? 너 그림 진짜 잘 그리는데."
다은: "할머니한테 말 못 해요. 폐지 주워서 학원비 내달라고 어떻게 그래요. 그래서 그냥 이걸로 만들고 있어요. 돈 안 드는 재료니까."
하늘: (다은의 '작품'을 보며) "근데 이거... 비싼 물감으로 그린 것보다 훨씬 멋진데?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그치?"
다은: (피식 웃으며) "아저씨 영화 너무 많이 봤다. 근데 고마워요. 위로가 되네."

지영: "사장님, 이번에 구청에서 저소득층 자녀 대상으로 문화 체험비 나온대요. 우리 애는 미술 학원 보내달라고 난리인데, 우린 해당 안 된대요. 남편 월급 뻔한데..."
칠성: "거 봐. 뼈 빠지게 일해서 세금 내는 우리는 혜택 못 받고, 금자 할매 손녀는 또 받겠네? 이게 공정이야?"
지영: "그러니까요. 다은이가 재능 있는 건 알겠는데, 우리 애도 기회는 똑같이 받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걔네는 지원금으로 미술하고, 우린 빚내서 학원 보내고... 속상해 죽겠어요."
칠성: "내가 가서 한마디 해야겠어. 복지관이 무슨 특정인 전용이야?"

(칠성이 복지관 로비에서 큰 소리로 항의하는 소리가 들린다. 상담실 안, 김정우와 심금자, 이다은이 앉아 있다)
칠성: (밖에서) "아니, 열심히 산 죄밖에 없는 사람은 왜 찬밥 신세냐고!"
다은: (주눅 들지 않고 또렷하게) "할머니, 나 지원금 신청 안 할래. 저 아저씨 말이 틀린 건 아니잖아. 나 때문에 할머니까지 욕먹는 거 싫어."
금자: (다은의 손을 꽉 잡으며) "다은아, 이건 부끄러운 게 아녀. 우리가 게을러서 받는 게 아니라, 네가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사회가 잠시 손잡아 주는겨. 넌 당당하게 받고, 나중에 훌륭한 사람 돼서 칠성 아저씨 같은 분들도 도우면 되는겨."
정우: (감동) "맞아요. 다은 학생. 그리고 이번 전시는 지원금 없이도 충분히 할 수 있어요. 제가 도울게요."

칠성: "너... 내 욕하러 왔냐? 아까 내가 좀 심했던 건 아는데..."
다은: "아저씨, 저 학원 안 다녀요. 지원금도 양보했어요."
칠성: "...뭐?"
다은: "대신 이 옷걸이들 좀 가져갈게요. 아저씨가 하루 종일 땀 흘리면서 잡고 있던 거잖아요. 이게 진짜 예술 같아서요. 제목은 '가장 정직한 땀'으로 할게요."
칠성: (당황하며) "무슨 소리야... 이 고물들이 뭐가..."
다은: "저한테는 세상에서 제일 비싼 재료보다 귀해 보여요. 아저씨 열심히 사시는 거, 우리 할머니만큼 멋지거든요."
(칠성, 말문이 막힌다. 자신의 노동을 '인정'해주는 어린 학생의 말에 눈가가 촉촉해진다.)

(세탁소 외벽과 골목 담벼락이 전시장으로 변했다. 화려하진 않지만, 동네 사람들의 삶이 녹아 있는 작품들이다.)
전시 제목: <우리 모두의 햇살>
작품 1: 하늘의 낡은 헬멧과 영수증으로 만든 '달리는 아빠의 날개'
작품 2: 금자의 폐지 박스를 겹겹이 붙여 만든 '단단한 삶의 나이테'
작품 3: 칠성의 찌그러진 옷걸이와 다리미판 천으로 만든 '구겨지지 않는 마음 (부제: 정직한 땀)'
지영: (작품 설명을 읽으며) "이게... 사장님 옷걸이로 만든 거라고요? 세상에... 이렇게 보니까 진짜 무슨 현대 미술 같네."
칠성: (헛기침하며) "흠흠, 뭐... 녀석이 보는 눈은 있더라고. 내 손때 묻은 게 작품이 된다니 원..." (자랑스러운 듯 옷매무새를 다듬는다)
하늘: "와, 제 헬멧도 여기 있으니까 훈장 같네요. 통장님, 우리 다 같이 열심히 살고 있는 거 맞죠?"
지영: (살짝 미소 지으며) "그러게요. 사는 모양은 달라도 다들 애쓰고 있었네요. 미안해요, 하늘 씨."

정우: "오늘 전시는 정말 최고였어요. 지원금보다 더 값진 걸 얻은 것 같습니다."
금자: "그래, 서로 속사정 알고 나니 미운 마음도 없어지잖여. 칠성 동생, 아까 보니 자네 작품 앞에서 사진 찍는 사람 많더만?"
칠성: (쑥스러운 듯 막걸리 잔을 들며) "아유, 형님도 참. ...저기, 다은아. 다음엔 내 가게 스팀 다리미 낡은 거 줄 테니까, 그걸로도 뭐 하나 만들어 봐라. 재료비는... 내가 낼게."
다은: "오! '뜨거운 열정' 시리즈 가나요? 좋아요!"
지영: "하늘 씨, 우리 애가 입던 패딩 작아져서 못 입는데, 딸 주면 입힐래요? 메이커야, 메이커. 버리기 아까워서 그래."
하늘: (진심으로 기뻐하며) "통장님! 정말요? 감사합니다! 제가 그럼 통장님 댁 배달비는 제가 쏠게요!"
(서로의 '결핍'을 탓하기보다 서로의 '노력'을 인정하고 채워주는 웃음소리가 골목에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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